“호빠? 나랑은 상관없는 곳이지.”
딱 이렇게 생각하고 살았어요.
그러다 친구가 너무 괜찮은 데가 있다고,
‘혼자 가도 안 불편하고, 분위기도 깔끔하다’면서
살짝 반 협박(?)처럼 데리고 간 데가 연산동호빠였어요.
저는 부산 살면서도 연산동을 자주 가진 않았거든요.
근데 이 동네가 생각보다 은근 분위기 좋은 데가 많더라고요.
여기도 그런 데 중 하나였어요.
간판부터 조용하고 깔끔한 느낌.
대놓고 “호빠예요!” 이런 분위기 아니고
그냥 분위기 있는 바 느낌이라 긴장 덜 됐어요.
들어가자마자 직원분이 엄청 부드럽게 응대해줘서
생각보다 금방 긴장이 풀렸어요.
공간도 너무 어둡거나 시끄럽지 않고,
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서 대화 나누기 딱 좋더라고요.
저는 무알콜 칵테일을 주문했는데,
잔이 진짜 예뻐요.
사진 욕심나는 비주얼.
라임 들어간 상큼한 음료였는데
그날 기분이랑 진짜 잘 맞았어요.
‘아 나 혼자 힐링하러 온 거 맞구나’ 싶었죠.
잠시 뒤 호스트 분이 자리에 왔는데
처음엔 어색해서 그냥 웃기만 했어요.
근데 그분이 먼저 무리하게 말 안 걸고
제가 자연스럽게 말하게끔 기다려주더라고요.
그 배려가 은근 감동이었어요.
사실 이런 데 처음 오면
“이제 뭐 어떻게 해야 하지?” 싶고
괜히 어색해서 바들바들 떨리기도 하잖아요.
근데 여긴 진짜 그냥 ‘말하고 싶으면 말하고,
아니면 그냥 쉬다 가요~’ 이런 느낌이라
진짜 편했어요.
연산동호빠는
딱히 뭘 하지 않아도 좋은 분위기 속에 나를 맡길 수 있는 공간 같았어요.
굳이 어필하지 않아도
내가 이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느낌이랄까?
음악도 제 취향이었고
다른 테이블도 조용조용 분위기만 즐기고 있었어요.
가끔은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하니까
이런 데서 조용히 앉아서 음료 한 잔 마시는 것도
꽤 괜찮은 힐링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.
호스트 분과 대화를 많이 한 건 아니었지만
그 짧은 시간이 생각보다 따뜻했어요.
누군가가 나를 억지로 들여다보지 않고,
가볍게 공감해주는 느낌이었달까.
이날 이후로
“호빠는 꼭 누군가를 꼬셔야 하는 곳”이라는 생각은
완전 사라졌어요.
혼자 있는 게 익숙한 사람들에게도
이런 공간은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꼈거든요.
요즘 바쁘고 지쳤는데
괜히 의미 없이 술 마시기보단
이런 분위기 좋은 공간에서 쉬다 오는 게 훨씬 낫더라고요.
조용한 위로가 필요할 때
연산동에서 이곳, 한 번쯤 가보는 것도 괜찮을 거예요.